건강뉴스
event_available 19.04.03 11: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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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멘파워부산점

남성 탐구생활#03 - 전립샘비대증

location_on지점명 : 부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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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침, 출근해 병원에 도착하니 한 어르신이 화장실과 복도를 어쩔 줄 몰라 하며 들락거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우리 병원에서 진립샘비대증으로 지속적으로 약물치료를 하는 분이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드리니 "아이고, 원장님 빨리 살려 주세요" 하며 난리를 부렸다. 전날 경로당에서 친구와 막걸리 사기 내기 바둑을 두다 소변을 좀 참았는데, 저녁부터 갑자기 소변이 안 나와서 밤새 한잠도 못 자고 출근 시간에 맞춰 내원하셨다고 했다.


간단하게 복부를 한 번 보고 초음파 잔뇨 검사를 하니 하복부가 만삭 상태였다. 재빨리 도뇨관을 삽입해 강제로 배뇨시키니 1800cc 정도의 소변이 나왔다.


"어르신! 이제 숨 쉬실 만합니까?" 하고 여쭈니 그제야 깊은 숨을 쉬시면서 "살았다"고 하셨다.


일반적으로 방광은 300~400cc 정도 소변이 차면 배뇨하게 된다. 그런데 소변이 5배 이상 찼으니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전립선이란 방광 하부에 있으면서 요로감염의 1차 방어막을 형성, 정낭과 함께 정액의 대부분을 생성하는 곳이다. 이런 전립선이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40대 이후 조금씩 커져 요도를 압박하게 된다. 그때 나타나는 증상을 전립샘비대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소변을 자주 하면서 줄기가 약해지고, 화장실에서 한참 기다려야 소변이 시작되기도 한다. 밤에도 배뇨 때문에 1~2회 이상 일어나게 된다. 또 소변이 남아 있는 느낌이 있으며, 소변을 지린다거나 냄새 탓에 사람들을 기피하면서 쉽게 우울해지기도 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예전에는 동네잔치였던 환갑잔치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오죽하면 정년퇴직한 남성이 귀향하면 그 동네에 젊은 사람이 왔으니 마을 이장 자리를 당연히 맡아야 한단다. 은퇴 이후 여유로운 '나이 든 청년'으로 살아가고 싶으나 현실은 각종 성인병을 훈장처럼 한두 가지씩 가지고 살아간다.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예전에는 별로 관심거리가 아니었던 병들이 각종 매스컴을 통해 너무나도 자연스레 등장하고, 어르신들은 전문가가 돼 간다. 전립샘비대증도 이 같은 흔한 예 중 하나다.


1980년대 말까지 비대증은 노인들에게 불치병처럼 다가왔다. 개복 수술을 해 전립선을 통째로 들어내지 않고는 방법이 없었으나 1990년대 이후 요도를 통해 터널을 뚫듯이 전립선을 제거하거나 레이저를 이용해 보다 간편하게 치료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약물치료로 문제없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약물은 크게 좁아진 전립선 요도 부위를 배뇨 시 확장시켜 주는 약과 전립선 크기를 줄여 주는 약으로 저녁에 1회 복용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런 약물을 이용해 증상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비대증 환자의 치료도 환자와 의사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60대 노인은 명함도 못 내미는 현대에는 더더욱 ‘삶의 질’이 중요하다.


이 같은 비대증 때문에 수술 이후 부부관계 때 정액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괄약근이 약해지면서 당분간 기저귀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약물 치료 이후 갑자기 가끔씩 가능했던 부부관계가 안 된다든지, 사정액이 거의 안 나온다든지 증상을 호소하는 예도 있다. 


내과에서 고혈압 치료 중 비대증 약물치료를 추가했던 60대 중반의 환자가 내원했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부부관계가 안 되고 가끔 될 때도 정액량이 극도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정확한 문진과 전립선 초음파로 전체 상황을 확인한 뒤 먹는 약을 보니 약물로 인한 가능성이 컸다. 약을 바꾸고 한 달 이후 다시 내원했을 때 환자는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단순히 비대증 약만 추가해 먹는 경우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상황이며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의 이후 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삶의 질!


세상도 변하고 노인의 기준을 65세, 70세로 점점 늦추려 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체형 변화로 비대증 같은 질환은 점점 빨리 시작되고 오랜 기간 우리와 함께 가야 하는 상황이다. 병과 증상에 대한 좀 더 정확한 대처 방향을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


은퇴 이후 한참 동안 제2 청년으로 살아가야 할 이 시기에 비대증 같은 노인성 질환도 더 늦게 시작됐으면 좋겠다. 


출처 : 일간스포츠 / JTBC 뉴스